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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서머싯 몸'의 대표적 장편 소설이다. 이 책의 배경은 1930년대 유럽과 미국으로 당시 미국의 경제대공황 등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소설에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우리사회에서 성공의 여부를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를 세심하게 다룬다. 독자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자기 완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주인공 '래리'는 어려서 부모를 잃었지만, 유복한 후견인 집안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다. 예쁜 여자 친구 '이사벨'과의 결혼도 순탄해보였다. 그러나 그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보통 청년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는다. 이 책은 래리의 구도적 여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머싯 몸은 래리의 삶만이 고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래리의 이상을 용납할 수 없었던 이사벨은 사랑보다는 모피 코트를 제공할 수 있는 부유한 '그레이'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그녀의 외삼촌 '엘리엇' 또한 사교계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가는 그들 모두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인물들로 그려낸다.
누가 나에게 '래리처럼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삶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한다면 선뜻 그렇다고 할 수가 없다. 나는 오히려 이사벨처럼 살지 않았을까? 살아보니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이룰 수가 없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 다만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왜 존재하는지 등의 존재론적 가치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답 할 것이다.
서머싯 몸의 이 소설은 가독성이 훌륭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소설은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작가의 문학관과 맞닿아 금방 읽어낼 수 있다. 통속적인 부분도 있고, 인도의 사상에 대해 진부하게 설명하는 점, 여성의 가치를 외모에 국한해 표현한 점들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작가의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면도날>(The Razor's Edge)은 1946년 미국에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에드먼드 굴딩 감독, 타이론 파워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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